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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소주 - 이모소츄(芋燒酎)

by binzzan 2022. 5. 27.

우리에게 이모소츄(芋燒酎),
즉 고구마소주는 생소합니다.
허나 와인, 싱글 몰트, 에일까지
술의 유행이 흘러온 것을 본다면
고구마소주도 인기를 얻게될 날이
조만간 도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때를 미리 대비하고자
고구마소주가 궁금하시거나
입문을 고려하시는 분을 위해
간단한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마시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이어서 본인들에게 적합한 물건을
찾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합니다.


A. 마시는 방법

고구마소주는 단식증류(單式蒸留),
밑술을 한번 증류하는 경우가 많아
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담기게 되어
쿠세(くせ)라는 냄새를 갖게 됩니다.
처음 접한 경우 거부감이 들 수 있는데
같은 물건이라도 마시는 방법에 따라서
쿠세가 작아질 수도 커질 수도 있습니다.

고구마소주를 마시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키(生), 록(ロック),
미즈와리(水割り), 오유와리(お湯割り)
이렇게 네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키(生)

보통 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
원액 그대로 마시는 시음 방법을
가고시마에서는 키(生)라고 합니다.
국내 소주 대부분이 20도 이하라서
25도짜리 술을 그냥 마신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허나 주정 + 첨가물의 희석식과 달리
고구마 밑술을 증류한 고구마소주는
상질의 알콜과 여러 성분을 포함하니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자극이 덜합니다.

가장 손이 덜 가는 편한 방법이고
높은 도수가 주는 충실감이 좋지만
쿠세 및 자극이 여과없이 전해지고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야끼이모(やきいも) 쿠로세(黒瀬)


군고구마로 빚어낸 물건이라
원액 그대로도 달큰함이 납니다.

b. 록(ロック)

얼음을 넣고 원액을 더하는
온더락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시원하고 깔끔해지는 것은 물론
자극이 줄어 편하게 마실 수 있고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더해지기에
키보다 다양한 풍미가 전달됩니다.
게다가 쿠세가 줄고 산뜻해지므로
입문자들께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위스키는 원액보다 다량의
얼음을 넣고 천천히 마시지만
도수가 낮은 고구마소주의 경우
잔에 넘치지 않을 정도의 얼음을
넣고 원액을 넉넉하게 부어준 다음
얼음이 다 녹아 맛이 옅어지기 전에
잔을 비우도록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미(海)


감압 증류를 적용한 덕에
록으로 마시게 되면 쿠세가
아닌 화려한 향을 전해줍니다.

c. 미즈와리(水割り)

일단 잔에 원액을 부은 다음
찬물 및 상온의 물을 넣는 것으로
일본인들이 고구마소주를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물에 희석되어 알콜 도수가 낮아져
록과 마찬가지로 마시기 편해지고
굳게 닫혀 있었던 구조가 열리면서
향, 맛이 다양하게 펼쳐지게 됩니다.

일본은 원액과 물의 비율을
4 : 6 또는 5 : 5 정도로 잡지만
희석식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6 : 4부터 7 : 3정도가 적당합니다.
개인적으로 고구마소주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쇼츄에 어느정도 익숙해지신 분들은
가능하면 꼭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츠마코토부키(さつま壽)


가지고 있던 본래의 색깔이
미즈와리 때 가장 잘 드러납니다.

d. 오유와리(お湯割り)

따뜻한 또는 뜨거운 물을 붓고
소주 원액을 더하는 방법입니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발향 성분과
휴젤 오일의 활성화가 이뤄지니
고구마 특유의 푸근함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유와리로 마시면 쿠세가
강하게 전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물의 온도는 원액과의 비율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나
섞인 이후가 40 ~ 45도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상온의 쇼츄를 사용하고
원액과 물의 비율을 6 : 4로 한다면
물의 온도는 75도에서 80도 내외로
5 : 5의 경우 물을 70도 내외로 두면
둘이 섞인 후의 온도가 적당해집니다.

겐테이겐슈(限定原酒) 츠마(妻)


어떻게 마셔도 맛있지만
고구마의 풍성함과 푸근함이
오유와리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다양한 시음법이 있는 이유는
방법 선택에 따라 고구마소주의
향 또는 맛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시음법이 다르고
어떤 고구마소주는 특정한 방법에서
특별한 향과 맛을 보여주기도 하므로
가능한 두루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B. 나에게 맞는 고구마소주 찾기

괜찮은 고구마소주들이 수입되지만
도수가 높을수록 관세가 높아지기에
다른 주류보다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아무래도 편히 접하기가 쉽지않으므로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고구마소주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근하실 수 있게
타입별로 나눠서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a. 라이트 타입

고구마소주의 향, 자극이 적고
무난한 마시기에 편한 스타일로
강한 또는 낯선 향미에 취약하고
가벼운 맛을 즐기는 이들과 쇼츄를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맞겠습니다.

아카자루(赤猿)
전반적으로 자극이 적은 편이고
자색고구마의 화사한 향이 더해진
가벼운 것이라 편히 마시기 좋습니다.
가격대가 저렴하고 입수성도 좋으므로
가볍게 부담없이 경험해보기에 좋습니다.

나나쿠보(七窪)
감압(減圧), 중감압(中減圧), 그리고
상압(常圧)증류의 원주가 블렌딩되어
감압의 깔끔하고 투명한 향미, 상압의
재료의 향미가 뚜렷하게 나는 특징들이
어우러지기에 입문용으로는 적합합니다.

토미노호우잔(富乃宝山)
앞의 둘에 비해서 가격대가 있지만
황누룩과 저온발효의 화사한 향 덕에
입문자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같은 양조장의 킷쵸호우잔(吉兆宝山)은
흑누룩 베이스라 다소 자극이 있습니다.

b. 마일드 타입

지나친 자극에 치명적이므로
세세한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유의 쿠세가 적고 맛이 마일드한
아래의 것들이 잘 맞으실 듯 합니다.

사츠마시마비진(さつま島美人)
현지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백누룩 + 블랜딩 + 레귤러가 주는
부드러움과 깔끔함이 돋보입니다.
앞선 시음법 모두에서 무난하므로
고구마소주에 익숙해지기 좋습니다.

쿠로키리시마(黒霧島)
국내에서 나름 팬층을 가진 것으로
흑누룩이지만 감압증류를 한 것이라
쿠세나 고구마향이 덜함이 특징입니다.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목넘김이 좋으나
무난하다는 부분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키로쿠(きろく)
미야자키(宮崎)현을 대표하는 술로
가볍고 부드러운 맛, 세련됨으로 인해
일본의 대도시들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적당한 자극과 깔끔한 단맛이 있으므로
마시기에 편안한 고구마소주이겠습니다.

c. 밸런스 타입

가벼우면서 균형잡힌 맛에
적당한 감미가 더해진 스타일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향미를 싫어하나
얼마간 개성을 찾는 이들에게 좋습니다.

이사다이센(伊佐大泉)
흰누룩의 부드럽고 그윽한 단맛과
풍성한 볼륨감 및 감칠맛이 있습니다.
현지의 주당들도 알아주는 물건이자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레귤러 중에서
백누룩의 장점을 잘 살린 소주입니다.

야치요덴(八千代伝) 쿠로(黒)
흑누룩의 변종인 골드누룩을 써서
드라이하되 묵직하고 깊이가 있으며
전체의 밸런스가 좋은 편에 속합니다.
입수성이 높지 않고 값 또한 적당하며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만든 물건입니다.

가성비를 보면 여기서 멈춰야 하나
금전적인 여유가 있거나 끝을 보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셔야 할 듯 합니다.

만젠(萬膳)
현지에서도 유명한 4M 중 하나로
부드러우면서 온화한 바탕과 더불어
깊이감, 그윽한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맛과 완성도에서는 국내 최상급이지만
가격 또한 독보적으로 높아 아쉽습니다.

d. 중급자용 타입

퀴퀴한 쿠세, 쎄한 누룩, 알콜 등을
부딪히고 이겨내는 이에게 좋습니다.
특유의 색깔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는
가고시마스러운 물건들이 적합합니다.

사츠마시라나미(さつま白波)
국내에서 가장 저렴함과 동시에
흔히 볼 수 있는 고구마소주입니다.
레귤러의 묽고 단조로움이 아쉽지만
쿠세와 자극이 주는 충실감이 있기에
흔하다고 만만히 볼 물건은 아닙니다.

시라나미가 마음에 드신 경우라면
고구마밭에 상반신이 묻힌 상태이니
아래를 통해 완전체가 되실 듯 합니다.

쿠로이사니시키(黒伊佐錦)
흑누룩을 대표하는 물건으로
캐쥬얼하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쿰쿰한 쎄한 자극이 튀어나옵니다.
쿠세와 흑누룩의 자극이 필요할 경우
적절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츠마고쿠부(さつま国分)
고구마누룩을 처음 만든 곳이라서
누룩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균형잡힌 화사함, 부드러움, 달달함과
자극 또는 개성이 잘 버무려진 덕분에
마시기 편하면서 다채로움이 좋습니다.

e. 상급자용 타입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거나
나만의 길을 가는 이에게 좋습니다.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빠지면 그것만 계속 찾게 된다는
100% 고구마소주들이 좋을 듯 합니다.

고구마누룩 특유의 풍미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되도록 천천히 시도하실 추천합니다.

잇코몽(一刻者)
고구마누룩이 주는 독특한 화사함에
부드러운 단맛과 적당한 자극이 있어
비교적 무난하게 마실 수가 있습니다.
입수성이 좋다는 점 또한 장점이므로
경험을 위해서라도 시도해볼만 합니다.

로쿠다이메유리(六代目百合)
흑누룩의 특징인 묵직함, 자극감
그 자체에 충실한 물건으로 중심의
중후한 곡물감이 위와 같은 특징과
어우러져 남성다운 매력을 뽐내기에
흑누룩에 익숙한 분들에게 좋겠습니다.

모구라(もぐら)
두더지라는 이름처럼 뿌리 식물인
고구마의 퀴퀴함, 씁씁함 등의 것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해지는 물건으로
쿠세와 자극감에 익숙해진 더 강렬한
것을 원하신 분들에게 적합하겠습니다.


그동안 직접 체험해본 결과
고춧가루가 많이 쓰이는 한식과
푸근한 맛을 가진 고구마소주는
훌륭한 어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네의 전통주보다야 못하지만
와인, 위스키, 맥주 등 외국 술보다
한식과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쿠세 자극이 생소할 수 있지만
반복된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면
향기롭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고구마소주 특유의
푸근함 및 그윽함을 즐기면 됩니다.

국내 고구마소주 신도가 늘어서
보다 많은 종류의 물건이 수입되어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위 과정을 마스터하셨다면
아래 글로 넘어가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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